[의료칼럼]루센티스(Lucentis)가 뭐길래
최근 들어서 매스컴에 자주 오르내리는 안과질환이 ‘황반변성’이다. 카메라의 필름에 해당하는 게 눈의 ‘망막’이라는 조직인데
그 중 한가운데 중심부 망막을 ‘황반’이라고 하며, 이 부분에 손상이 오는 경우를 통틀어서 ‘황반변성’이라고 한다.
황반변성이 시작되면 사물이 정상보다 크거나 작게 보이고, 직선이 굽어보일 수도 있다. 심하면 글씨를 읽을 때 어느 부분이 지워져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 심각한 안질환이다.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흔한 것이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황반변성이다.
이 질환은 과거 동양인에게는 매우 드물었으나 평균 수명이 증가하고 흡연, 자외선 노출 등이 많아지면서 최근에 급격히 늘고 있는 추세이다.
황반병성은 망막 밑에 생기는 신생혈관의 유무에 따라 습성과 건성으로 나눠진다.
습성은 망막 주변에 불필요한 찌꺼기들이 쌓여 황반부 혈액공급을 방해해 새로운 혈관들을 끌어들이게 되는 것이 원인이다.
이 신생혈관들은 쉽게 파열돼 황반부에 손상을 주고 시력장애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습성은 전체 황반변성의 10%에 불과하지만 실명원인의 90%를 차지할 정도로 위험하므로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루센티스’는 우리 몸에 존재하는 혈관내피세포성장인자를 억제하는 항체로서, 이런 신생혈관의 증식을 막는데 상당한 효과가 있다.
2007년에는 세계 10대 신약으로 선정돼 주목받기도 했다.
루센티스 역시 시력 개선보다는 시력 저하를 막는 정도라는 한계와 4∼6주 간격으로 세 번 이상 눈에 직접 주사를 놔야하는 단점도 있다.
그러나 단점에 비해 효과는 탁월했다. 기존치료들에 비해 신생혈관의 증식을 억제하는 능력이 뛰어났고, 부작용도 거의 없었다.
문제는 단 하나, 비용이었다. 루센티스는 약 가격만 160만원에 달하고, 3회 이상을 시술받아야 하니 500만원 이상이 필요하다.
고민스럽던 차에 ‘아바스틴’이라는 약이 등장했다. 이 약은 전이된 대장암의 치료제로 이미 사용하고 있었던 주사제인데 분자구조가 루센티스와 매우 비슷하다.
이 점에 관심을 가졌던 로젠펠드라는 미국 안과의사가 습성 황반변성에 사용해보니 가격은 훨씬 싸지만
신생혈관의 증식을 억제하는데 상당한 효과를 가지는 걸로 판명이 나서 지금은 전 세계적으로 아주 많이 사용하고 있다.
사실 루센티스를 권유하기는 매우 부담스럽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환자들이 많은데
괜히 받지도 못할 치료법에 대한 설명만 듣고 그냥 돌아서는 모습들을 보는 것은 의사로서 마음이 많이 아프기 때문이다.
그래서 황반변성의 치료에 대해 말할 때 그 두 가지 약을 환자나 보호자들이 마음 상하지 않게 잘 설명해야 한다. 사실 아바스틴도 좋은 약이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조만간 루센티스가 보험 적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는 황반변성 환자를 대하기가 조금 쉬워질 것 같다.
/임선택 보라안과병원 원장